서론
엄준혁 마술사의 언타이틀드 렉처 리뷰이다.
언타이틀드 렉쳐는 2023년 1월에 진행했던 엄준혁 마술사의 첫 오프라인 렉처로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기법들을 이용하여 강렬한 마술을 만들어내는 것을 소개했던 렉처이다. 후기가 워낙 좋던 렉쳐였던지라 당시 시간관계상 참여하지 못한 것에 아쉬움이 많이 남았었는데, 이번에 해당 내용을 다듬어 온라인으로 공개한다는 소식을 듣고 굉장히 기뻤다.
이 렉처에서는 약 4시간의 러닝타임동안 7가지 기법과 아이디어를 소개하고 있다. 모두 카드 마술에 관련된 기법으로, 정가는 5만원(현재는 세일중으로 4만 2천원)인데 최근 2-3년 간 렉처 비용의 인플레이션이 진행된 것을 고려하면 너무 비싸거나 너무 싸지 않은 딱 적절한 가격 포지션.
들어가기에 앞서 현재 이 렉처에 대한 트레일러(연출을 일부 포함한)가 공개되어 있으니 구매를 고려하는 사람이라면 한번 보고 가자.
https://youtu.be/-iKqfQozy1U?si=aYrNSZ277cwRPm3c
1. Do You Want to Change Your Mind
연출 : 관객이 카드를 선택한 후에 마음을 바꿀 수 있도록 돕는 기법
본 렉처의 시작이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파트. 관객의 자유로운 선택에 대한 환상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사용할 수도 있고, 돌발 상황(잘 포스된 카드를 마지막에 관객이 바꾸고 싶다고 한다던가)에서도 대처할 수 있는 하나의 도구를 얻어갈 수 있다. 기법 자체는 분명한 원안이 있으며 독창적인 기법은 아니기에 이미 알던 사람들도 있을 수 있지만, 알던 사람들도 놓치고 지나갔을 수많은 디테일들을 챙길 수 있던 파트.(기법 자체를 몰랐던 사람이라면 이러한 기법의 존재에 충격받았을수도 있고)
챕터 마지막에 알려주는 연출이 그 자체로 훌륭하기도 하고, 향후 나오는 파트들에서도 이 기법을 활용하여 연출을 변형시키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하는만큼 본 렉처에서 확실히 마스터할수만 있다면 향후 카드 마술에 있어 '원핸드 탑팜'급으로 훌륭한 도구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2. Prayer Force
연출 : 관객이 양손 사이에 덱을 놓고 무작위로 테이블에 카드를 떨어트렸음에도 카드를 컨트롤하는 마술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느껴졌던 파트. Prayer Force 이후의 단계들에 대한 생각이나 에퀴보크에 대한 엄준혁 마술사의 의견에는 공감하는 바이나 'Prayer Force' 그 자체는 조금 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 기법을 떠올리게 된 과정, 마술을 함에 있어서 관객의 자유로움을 주는 방법 등에 대한 노하우는 보고 가자.
3. Twisted Load
연출 : 카드 위치를 바꾸는 하나의 기법
연출방법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해법 유출로 연결될 수 있기에 설명에 제약이 있지만, 꽤나 재미있는 기법.(이 부분은 트레일러에 공개된 영상을 참조하길 바란다)
보통 두 카드의 위치가 서로 바뀌는 마술인 Two Card Transposition을 위해서는 결국 마지막 순간에 Palm을 사용하는데, 이 방법을 이용하면 마지막에 탑팜을 쓰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약간의 각도 제한은 있으나(뭐 없는 기술이 어디있겠냐만) 이에 대해 몸을 쓰는 방법 등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려주기 때문에 숙달만 된다면 정말 마법과도 같은 순간을 선사할 수 있는 기법. 특히 마술인이 관객인 경우라면 일반적으로 있어야 할 단계 하나를 생략하고 할 수 있어서 더욱 효과가 좋다.
4. Palm in Plain Sight
연출 : 특정한 상황에서 활용 가능한 액션 팜. 가장 간단하면서도 쉬운 팜.
카드마술 입문자들의 영원한 고비인 팜. '혹시라도 카드를 팜한 사실을 들키면 어떡하지'라는 고민은 비단 나만 해본 것이 아닐 것이다. 이 파트에서는 이러한 팜을 정말 대담하게, 말 그대로 관객이 보고 있는 눈 앞에서 하는 방법에 대해서 소개한다.
'가장 간단하면서도 쉬운 팜'이라는 말과는 다르게 핸들링 자체는 의외로 어렵다고 느꼈지만(순전히 내가 익숙하지 않아서일수도 있다) 소위 '기술을 보이지 않게 쓴다'는 느낌을 넘어서 '기술 쓴다는 생각 자체를 못한 타이밍에 대놓고 기술'이 들어가기에 충격적이면서도 매력적이던 파트. 익숙해진다면 탑팜을 쓴 후 관객에게 넘겨주는 모든 마술류에서 활용 가능하다 생각한다.
5. In Their Hands
연출 : 관객의 손 안에서 덱이 변하는 기법
관객의 손 안에서 덱이 변하는 기법을 팬텀 덱과 컬러 체인징 덱이라는 예시를 통해서 설명해준다. 팬텀 덱의 경우 조슈아 제이의 오리지널 핸들링의 한계점을 극복해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웠고, 컬러 체인징 덱 역시 아주 간단한 터치로 마술의 신비함을 극도로 끌어올린 것이 인상적이었다. 앞의 파트인 Palm in Plain Sight를 좀더 발전시켜 활용하기 좋은 예시를 보여준 파트.
6. Card Through Cards
연출 : 관객이 선택한 카드가 덱의 다른 카드들을 통과해 관객이 원하는 위치로 들어가는 루틴.
엄준혁 마술사의 말처럼 '만들 때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만들고보니 부정할 수 없는 ACAAN의 변형' 루틴이다.
기법 자체는 그다지 새로울 게 없고, 엄준혁 마술사가 주장하는 ACAAN과 비교하여 가지는 장점 부분 역시도 개인적으로는 마술사에게만 어필되는 부분이라 생각한다.(관객에게 이점을 어필하면 강점이 느껴지게 강제할 수는 있지만, 그거 자체가 별로라고 생각하기에) 그럼에도 시중의 수많은 ACCAN 루틴들과 비교시 임팩트 자체는 훌륭하고, 연출과 논외로 중간에 알려주는 핸들링 하나가 활용도가 높기에 건져갈 것이 있던 파트.
7. Thought of Inversion
연출 : 노말 덱으로 하는 인비저블 덱 루틴.
노말덱으로 하는 인비저블 덱은 수없이 많고, 그중에서도 개인적으로는 예전에 간단하게 소개한적 있는 Ernesto Melero 마술사의 'Imprmptu Invisible Deck'버전을 좋아한다.
본 파트의 연출 역시 Ernesto Melero 마술사의 연출에서 영감을 받았음을 언급하고 있으며, 나아가 이 루틴의 방식이 다른 방식의 노말덱 invisible deck 루틴보다 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며 설명해주는 부분이 상당히 재미있었다. 소위 '올바른 순간'과 '잘못된 순간'에 관한 관점이었는데, 단순히 이 연출을 넘어서 자신만의 마술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은 곰곰히 생각해봄직한 내용이라 생각한다. 본 파트의 연출 자체도 훌륭하고, 원래의 Ernesto Merlo 마술사 방식이 가지던 가장 큰 제한점을 극복했다는 점에서(비록 손기술은 많아졌을지언정) 그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지극히 개인적인 입장에서, ' Invisible Deck 루틴을 다른 카드마술을 보여준 후 마무리로 보여주는 것이 적절한가?' 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기에 이 방식으로 연출을 할지는 잘 모르겠다. '기술이 아닌 마법'을 연출하거나 '손기술 > 포스 > 마인드 리딩' 처럼 연출을 짤거라면 할 수는 있겠지만, 그런 입장에서는 'Think of A Card' 류 루틴으로 가는게 나을 것 같단 느낌적인 느낌... 물론 남의 덱을 빌려서 관객이 섞고나서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는 매우 큰 메리트가 있긴 하지만 내가 그럴 일은 거의 없을 것 같다.
종합 및 총평
한마디로 정말 간만에 매력적인 렉처였다는 생각이다.
엄준혁 마술사 렉처들의 장점은 세세한 디테일과 마술을 만들게 된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청자입장에서 쏙쏙 이해가 되도록 하나하나 설명해준다는 것인데 그것이 정말 잘 드러난 느낌. 내용 자체도 정말 좋은데 전달력도 뛰어나다고 할까. 말 그대로 초급자부터 고급자까지 두루두루 배울 점들이 있었고, 나아가 엄준혁 마술사가 생각하는 '마술의 구성' 기반 그 자체에 대해서도 깊게 배울 점이 많던 렉처. 누군가가 엄준혁 마술사의 렉처 중 입문 렉처를 추천해달라고 한다면 지체 없이 이 렉처를 소개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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