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서론
레가시 컬렉션 시리즈 중 5권은 '숫자와 관련된 멘탈리즘'에 관한 이야기이다.
사실 나는 멘탈리즘, 나아가 마술현상에 있어서 숫자를 활용한 것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37포스 정도를 제외하면 1089 포스, 142857 원리 등은 소위 중학 수학 수준에 불과하기에 내겐 처음부터 신기하게 다가온 적이 없고, 이러한 것들이 아니더라도 많은 계산이나 과정은 관객의 입장에서 신비함보다는 지루함을 야기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상급 퍼포머라고 하는 사람들의 공연에서도 해당 연출을 보았을 때에는 그동안의 흥분이 팍 식는 느낌이 들었으니까.
그런 나도 이 책을 보면서 새로운 느낌이나 영감을 얻을 수 있을까에 대한 궁금증을 바탕으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언제나 그렇듯, 자세한 설명이 해법 유추로 연결된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두루뭉실하게 약술만 하겠다.)
1. A No Brainer Calculation
연출 :
계산기를 이용한 마술의 연출원리에 대한 설명
계산기를 이용한 마술이라면 꼭 등장하는 특정 기법에 대한 소개이다.
피터 터너의 말처럼 이미 세상 대다수가 스마트폰을 들고다니고 있고, 이들의 핸드폰에는 반드시 계산기가 있기에 다른 이의 휴대폰을 이용한 마술을 보여줄 수 있다는 소소한 장점이 있는 원리이다.(기믹이나 세팅, 앱 등이 아니란 것을 보여줄 수 있으니) 다만 기법 자체는 사실 이미 너무 많이 퍼져 있고,(특히 국내에서는 특정 유튜브채널 등에서 워낙 많이 공개된지라..) 핸들링이나 서틀티 등의 면에서는 새로울 것은 없었던 파트.
2. An Educated Guess, I guess
연출 :
연출자는 레고가 잔뜩 들어있는 병을 하나 공개한다.
이 병 무게에 대한 관객들의 예상을 물어보고, 이들의 평균을 내보면 실제 무게와 거의 일치하는데 반전이 있다.
아주아주 영리한 설계의 연출.
연출의 시작 도입 패터가 상당히 흥미로웠고 과정과 설계가 탄탄해서 해법을 아는 사람이 봐도 바로 해당 원리와 직결하여 생각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되는 연출. 진부한 말이지만, '해법은 마술의 전부가 아니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시라는 생각.
+) 개인적으로는 반전의 세팅이 좋긴 한데 약간은 작위적이지 않나 싶으면서도, 이정도는 괜찮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테이지 퍼포먼스에서 한번쯤 해봄직한데 아직 실전에서 해보질 못해서 감이 안잡히네.
3. Serial Killer
연출 :
관객 중 한명의 수표를 빌린 후 그것을 따로 잘 보관한다
관객에게 여러가지 숫자에 관한 질문을 하고(ex> '저는 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 몇층일 것 같으신가요?' 등등) 이에 관해 계산을 하고 나면 관객의 수표와 숫자가 일치한다.
해법적으로는 상당히 간단하다. 사실 원리만 알면 연출방법이야 본인이 하기 나름인 연출이기도 하고, 실제 공연에서도 약간 어레인지하긴 했지만 비슷한 연출을 꽤나 봤는데 관객들 호응은 좋은 편.(보통은 지폐를 빌려서 일련번호를 사용하는 것 같다. 아무래도 국내에선 수표를 잘 안쓰니까..) 연출 특성 상 특정 핸들링이 필요한데 그것에 관한 설명이 부실한 것은 아쉬웠다.
4. Missing in Action
연출 :
관객 4명이 각자만의 방식으로 여러자리의 숫자를 만들어낸다.
관객 4명의 숫자중 한자리씩만 따와서 새롭게 4자리 숫자 비밀번호를 만든다
마술사는 관객들에게 질문을 한 후(어려운 질문은 결코 아니다) 그 답변을 바탕으로 해서 4자리 비밀번호를 맞춘다
이 역시 수학적으로는 꽤나 당연한 원리를 쓰지만, 실제 관객 중에서 이를 맞추는 사람은 한번도 본적이 없다(잘 짜여진 서틀티 때문이겠지만서도) 딱 한가지 주의 사항이라면 해당 기법을 쓸 때 관객에게 지시 사항을 잘 하지 않으면 조금 결과가 엉크러질수도 있다는 점?(근데 이것은 뭐, 다른 연출도 마찬가지니까) 다만 비밀번호를 맞추는 연출인데 관객의 개인 비밀번호를 맞추는 것은 사생활 침해니까 새롭게 번호를 만들어보겠다는 패터는 신박하면서도 조금 구차했다. 굳이 이런 말을 해야 하나..? 싶은 느낌.
논외로 나는 비밀번호 관련 마술을 할때 아예 앞뒤를 바꿔서 반대로 내가 특정 자물쇠를 가지고 오고 그것의 비밀번호를 관객들이 맞추게 하는 방식을 보여주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방식이 조금 더 내 취향에 맞는 것 같다. (관객들이 기믹 자물쇠를 의심하는 일은 한번도 본적이 없다. 실제로 안쓰기도 하고)
5. 종합 및 총평
정리하면, '숫자를 이용한 멘탈리즘에 대한 편견을 조금 부숴준 책'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여전히 숫자를 이용하여 관객에게 여러 번의 계산을 시키는 류의 마술은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다만 본 책자에서 보여준 연출들은 대부분 관객의 머리가 아닌 계산기가 계산을 해주기에 관객이 '마술이 아닌 산수시간'이라고 느끼게 하는 부담감을 조금 내려놓게 해준다는 장점이 있다.
'Serial Killer'나 'Miising in Action'은 여전히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지만, 'An Educated Guess' 는 어떻게 연출을 구성하느냐에 따라 이렇게까지 보여줄 수 있는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준 것 같아 기뻤다. 이 연출을 그대로 할지는 미지수지만, 재밌는 시작 도입 패터를 얻어간 것 같아 만족스럽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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