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서론
'오롯'으로 유명한 임성진 마술사의 새 렉처, '클라이막스 포 어 다이스(Climax for a Dice)' 리뷰이다.
본 렉처는 캐나다의 마술사이자, 우리들의 영원한 교수님 다이 버논(Dai Vernon) 마술사의 저서인 다이 버논 북 오브 매직(The Dai Vernon Book of Magic)에 실려있는 'Climax for a Dice' 루틴에 관한 렉처로, 제목 그대로 주사위를 이용한 마술이 담긴 렉처이다. 저명한 마술사의 저명한 책에 실린 루틴임에도 해당 루틴을 제대로 연출하는 사람이 드물기에 본 루틴은 임성진 마술사가 관련 렉처를 제작하지 않으며 간직하던 비장의 무기 중 하나였는데, 특정 사정으로 인해(영상 강의를 보면 알 수 있다) 발매한 렉처이다.
주사위는 어떻게 보면 마술사에게 있어 상당히 미묘한 존재이다.
카드나 동전은 물론이고 컵앤볼, 로프, 링 등 소위 클래식한 마술도구들처럼 자주 사용되지도 않으며, 포싱 주사위를 비롯한 기믹 주사위가 아닌 노말 주사위를 루틴에 사용하는 경우가 흔치 않다. 일반 관객들에게 있어서도 주사위는 마술보다는 친치로를 비롯한 도박, 혹은 보드게임의 이미자가 먼저 떠오르기 마련이다.
나도 동일한 관점에서 '흠.. 주사위 마술? 신선하긴 한데 마술의 이미지가 맞나...? 내가 이것을 얼마나 쓸수 있을까..?' 라는 고민이 있어서 구매를 고민했으나, 이전에 구매했던 '오롯', '타핑더덱'. '52 Card Trick' 등 렉처에서 임성진 마술사의 뛰어난 강의실력과 디테일에 감탄하고 영감을 받은바가 있기에 이번에도 이런 점들을 기대하며 구매를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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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적인 느낌을 공유하기 위해서 아래의 영상을 공유한다. 구체적인 핸들링이나 느낌은 일부 다르지만 어떤 느낌의 루틴인지 접하기 좋아서 첨부한다.
https://youtu.be/Ztxd_OZJWUs?si=ekEoYbHc9POqXASi
1. 클라이 막스 포 어 다이스 리뷰
본 강의를 구매하면 약 45분 가량의 영상강의와 주사위가 제공된다.
주사위는 큰 주사위 1개, 중간 주사위 4개, 작은 주사위 20개가 제공되는데 이 모든 것이 루틴에 사용되는 것은 아니며 작은 주사위의 경우 잃어버릴 경우를 대비한 스페어도 포함되어 있다. 주사위들 자체는 노기믹 일반 주사위인데, 중간 주사위와 큰 주사위의 경우 이런 류 마술을 하기에 적합한 특징들(색깔이 확실한 흰색 + 굴렸을 때 잘 굴러가되 너무 많이 굴러가진 않음 + 잡았을 때 적당한 그립감)을 가지고 있어서 좋았으나 작은 주사위는 제품마다 도색의 편차가 있는 점은 아쉬웠다.(마술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
영상은 18분의 메인 루틴 영상과 나머지 27분의 디스커션 시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메인 루틴영상에서는 본 루틴을 하기 위한 주사위 핸들링 무브들에 대한 설명과 다이버논 오리지널 루틴, 그리고 임성진 마술사의 터치가 가미된 바리에이션 루틴을 설명해주고 있다.
핸들링 파트에서는 총 3가지의 무브를 알려주는데, 개인적으론 낯선 무브들이었기에 처음에는 당황하였다. 다만 다양한 각도의 카메라 영상 및 반복(수강생이 이해하기 쉽게 색이 다른 주사위를 사용하는 등)을 통해서 친절히 설명해주었기에 크게 어렵지 않게 배울 수 있었다.
루틴 파트에서는 핸들링들의 조화와 더불어 각 단계별로 필요한 서틀티와 패터를 상세히 설명하여주었다. 마술 렉처들을 보다보면(은근히 저명한 마술사나 이름있는 샵에서 발매한 렉처임에도!) '해법은 ~~입니다. 어떻게 하시는지 아시겠죠?'하고 날림식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본 설명에서는 굉장히 집요하고 세심하게 설명해주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나머지 27분의 디스커션 시간은 임성진 마술사와 황두성 마술사의 프리토크 시간이었다.
(임성진 마술사의 렉처들을 자주 구매해본 사람이라면 이 디스커션 시간이 꿀잼 포인트라는 것을 알 것이다.)
본 렉처를 발매하게 된 이유와 과정부터 시작해서 주사위의 선택, 본 구성품들에서 작은 주사위가 많은 이유, 임성진 마술사의 터치가 가해진 이유 등등 본 루틴에 관련된 다양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내용도 상당히 재밌고 흥미로울뿐더라, 단순히 재밌는 이야기 모음을 넘어서 본 루틴의 각 파트마다 심도 깊은 이해를 하기 위한 여러 내용들이 담겨 있기에 여러 번 돌려보기에도 좋았던 파트.
2. 종합 및 총평
종합하면 '잊혀져가던 진또배기 맛집의 재발견'이라고 할 수 있다.
루틴 자체가 꽤나 쉽고 짧으면서도 효과적이고, 아주 짧은 세팅(처음에 주머니에서 주사위를 꺼낸다면 사실상 세팅이 필요없는 정도)만으로도 언제든지 쉽게 보여줄 수 있기에 나의 정규 루틴목록에 추가할 좋은 루틴을 하나 배워간 기분이었다.(컵앤볼이나 스펀지 볼 등에 비해서 준비나 신경 쓸 것이 덜하기도 하고) 본 연출을 하기 위한 퀄리티 좋은 주사위들이 포함된 것도 마음에 들던 점.
물론 원안이 오래된 마술이고, 본 마술 연출 자체의 볼륨이 길지 않기 때문에 엄청나게 새로운 것을 기대하거나 신박한 것을 기대했던 사람이라면 실망했을 수도 있다. 특히 컵 앤 볼류 루틴이나 스펀지볼 루틴을 자주하던 사람이라면 (일부 핸들링은 다를지언정) 마술의 구조가 익숙하여 이러한 실망감이 더 컸을 수 있다.
그러나 오래된 맛집이 그렇듯, 클래식함의 진가는 그 깊은 맛에 있다.
담백하지만 치밀하게 설계된 핸들링과 루틴의 구성, 반복되는듯한 현상이지만 점차 신비감이 증가하여 클라이막스에서는 빵! 하고 터지는 느낌은, 익숙하지만(마술사에게만. 관객에게는 언제나 신기하다) 보장된 맛이란 다시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더불어 (거듭 강조해도 지나침 없는) 임성진 마술사의 친절한 핸들링과 설명은 이러한 장점을 극대화 시켜준다. 나날히 발전해가는 스타하트의 촬영퀄리티 및 다각도 촬영은 덤.(여전히 사이트 스트리밍이 느리고 다운로드가 안되는 것은 아쉽지만)
총점 - ★★★★☆
(별점을 하나 깎은 이유는 순전히 내가 컵앤볼에 익숙해서이다. 컵앤볼을 안하던 사람이라면 별 다섯개가 아깝지 않다.)
ps. 디스커션 시간에 주사위를 이용한 짧은 루틴 하나가 언급되는데, 이에 관한 추가 영상이 추후 업로드 예정이다. 약간 명절 때 할머니가 주시는 용돈 소매넣기 당하는 듯한 기분? 추후 추가되면 짤막하게나마 리뷰에 추가 예정.
+) 추가 : 07/04 날짜로 약 20분 분량의 추가 영상이 업로드되었다.
디스커션에 언급되던 주사위 2개로 하는 패들 무브 관련 루틴인데, 이게 또 진국이었다.
루틴 자체 및 구조설계도 굉장히 깔끔했고 동작과 패터의 서틀티도 치밀하게 되어 있었다. 나아가 이 루틴을 먼저 시행하면 본 루틴인 'Climax for a Dice'의 시작점인 주사위 2개를 꺼내 보여주는 모습과 연결하여 퍼포밍하기에도 좋아서 인상적이었다. 주변 지인 마술인 및 비마술인 관객들에게 보여주면 오히려 이 루틴을 더 신기해하는 사람도 있던 것도 소소한 포인트. 약간은 마이너틱하면서도 이렇게 재밌는, 숨은 보석과도 같은 루틴들을 계속해서 찾아내고 공유해주는 임성진 마술사가 언제나 고마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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